[서울 자전거길 리뷰_네번째] 고양시 특집_고양시 공공자전거 피프틴
- 작성자 네오트레이스
- 날짜 2018-04-17 07:01:16
- 조회수 441
서비스 이용 방법 및 이용 가능 지역
따릉이는 휴대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대여할 수 있지만 피프틴은 반대로 대여소에 설치된 단말기를 통해야 한다. 회원/준회원의 경우는 소지한 카드를 단말기에 읽혀서, 비회원은 단말기에 결제 정보를 입력해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대여소 단말기의 유리 커버가 문제다. 낮 시간대에 햇빛 반사가 커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실눈을 잘 뜨는 사람이 유리하다.
. 또 결제과정도, 소요시간도 긴 편이라, 특정 대여소 앞에서는 자전거를 빌리기 위해 이용객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대중교통 대신 이용하러 왔는데 줄이 있으면 다소 당황스러울 것 같다. 국내 공공자전거 서비스 대부분이 이런 문제를 갖고 있다. 전자기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장년층은 물론, 그렇지 않은 세대도 첫 이용에 따르는 진입장벽이 높다.
고양시 전 지역에 촘촘히 대여소가 설치되어 있지만 덕양구와 일산서/동구 사이에는 대여소가 없다. 이곳은 서울외곽순환도로 100번과 IC, 대곡역을 지나는 3호선, 중앙선 철로 그리고 큰 규모의 경작지가 있어 자전거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도 자전거도로가 놓여있지만 경작지를 드나드는 차량과 같이 사용해야 한다. 이곳에 대한 감상은 후술한다.
자전거 탑승기
일단 철제자전거다. 무겁고, 그 때문에 이름에 걸맞게 시속 15km/h 이상은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 따릉이나 다른 공공자전거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 앞바퀴에 설치된 자가발전기로 조명이 켜지고 체인은 안전커버로 덮혀있다. 바구니는 따릉이에 비해 크기가 작다. 거치대 탈착부가 핸들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흔히 ‘책가방’이라고 불릴 만한 크기의 가방도 피프틴에는 번거로울 수 있으니 이용 전 참고하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3월 말엽, 필자는 피프틴을 타기 위해 중앙선 행신역에서 내린 뒤 대여소를 찾았다. 대여를 위해 단말기 앞에 서서, 햇빛 반사에 가려진 결제 정보란을 보기 위해 실눈을 가늘게 뜨고 여러 번호를 입력했다. 고양시에 올 일이 별로 없는 편인 필자는 회원권 대신 하루 탑승을 위한 비 회원권 결제를 시도했다.
정말 단말기가 희미하게 보여 힘들었다. 결제가 완료되면 타고 싶은 자전거가 묶인 거치대의 번호를 또 입력해야 한다. 모든 일을 마친 순간 ‘삑’하는 버저 음과 함께 해당 거치대의 램프에 불이 붙었다. 신속히 빼낸 뒤 안장에 올라 행신역을 떠났다. 회원권이었다면 절차는 간단했겠지만, 비회원은 아니다. 서울의 따릉이는 물론 여수나 군산. 심지어는 외국의 공공자전거도 모두 뜨내기손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안전한 행정을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임을 알지만 씁쓸하다.
자전거 타이어 공기압도 문제였다. 관리가 아주 세심히 되는 것은 아닌지 대여소에 비치된 자전거 중 가장 공기가 많이 든 것을 찾느라 시간이 걸렸다. 몇 분 정도의 탐색 끝에 드디어 좋은 차를 발견했더니, 대여소 끝에 공기주입기가 있었다. 공기압 정도는 이용객들이 자가로 채워 주길 의도한 것일 수도 있다.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따릉이와 비교하게 되는데 처음으로 큰 차이를 느낀 부분이 이것이었다.
자전거에 대한 기계적 첫 느낌은 다소 뻑뻑하다는 점이었다. 첫 서비스가 2010년 무렵에 시작되었으니 그만큼 정비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전거 핸들과 몸을 이어주는 부분의 부품이 오래되면 마치 땅 질감을 바퀴가 따라가는 것처럼 불편하다.
땅의 생김새나 빈틈에 그대로 바퀴가 적응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힘을 주면 해결되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자전거 상태가 이럴 때는, 평소에도 하면 안 되지만, 절대로 빈손 주행을 하면 안 된다. 자전거가 탑승자의 신체가 아닌 땅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조금만 길 상태가 잘못되어도 바로 넘어진다.
행신역 앞 거리를 지나 덕양구와 일산서/동구 사이를 가로지르는 100번 서울외곽순환도로 근처 농지를 달렸다. 일산의 호수공원이 목적지였기 때문이다. IC에는 사람도 건널 수 있게끔 건널목이 여럿 있었지만, 신호등이 없거나 진입로가 지나치게 협소한 곳이 많았다. 애초에 자동차 외에는 통행량이 적어 이렇게 지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보도 위에 잡석도 많아 이 구간은 자전거를 끌고 갔다. 이곳에서 펑크가 나면 일산까지 걸어갈 수밖에 없다.
고양시는 서울의 위성도시로 계획된 수많은 신도시 계획 중의 일부였고 그에 걸맞게 도시와 농촌의 풍경이 적절히 섞인 경치를 곳곳에 갖추고 있다. 피프틴을 타고 즐길 수 있는 풍경 또한 그렇다. 바로 이 불친절한 구간이 그렇다. IC가 끝날 무렵 대곡역을 지나게 되고 곧 농로로 접어든다.
이곳부터 비닐하우스, 경작지 그리고 먼 곳에 콘크리트 마천루가 우뚝 선 풍경을 동시에 보며 달릴 수 있다. 3월 말,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의 사진을 독자 여러분께 보여드려 정말 안타깝다. 봄, 한여름, 수확 철의 이곳 풍경은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이런 라이딩은 도농복합지역인 고양시 같은 곳이 아니고서 할 수 없는 경험이다.
다른 자전거도 아닌 공공자전거로 말이다.
공공자전거는 대게 도심 내 이용을 목적으로 디자인 또한 도회적이게 마련인데 그런 물건을 타고 농지에 나오면 뭔가 대단히 큰 일탈을 저지르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 마을버스를 타고 고속도로에 나가면 이런 느낌일까? 이 문장을 적은 뒤 검색해보니 실제로 최근 몇 년 전 개봉한 영화 중에 마을버스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내용이 포함된 영화가 있었다.

“자전거 타고 그림 그리는 것을 즐깁니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이용순위 50위가 목표입니다.”